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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비싼 식당에서 온 가족이
비싼 식당에서 온 가족이
2024년 설날을 맞이하여 동생이 온 가족 외식을 제안했다. 저번에 내가 거하게 쏜 적이 있어서 이번엔 동생이 낼 모양이다. 12살 이상은 39불 99센트. 다섯 살 배기 조카는 11불 정도. 두 조카딸은 어른가격이다. 오늘 첫 차를 구입한 큰 조카딸 제인이는 두 동생을 데리고 와플하우스로 갈까 했다가 결국 온 가족이 그 비싼 All You Can Eat 한식 불고기 식당을 가기로 했다.
식당을 가기 전 어머니께 세배를 드리게 되었다. 사실 최근 자식들로부터 서운한 일을 겪으신 어머니, 심사가 좋지 않으셨는데 그래서 세배도 받으실 마음이 아니셨다. 막내 대니만 세배를 하게 되었는데 대니의 우스꽝스런 세배에 어머니께서 마음이 좀 풀어 지셔서 작년과 같이 온 가족이 세배를 드리게 되었다.
운전을 못하시는 어머니는 맘대로 옷 사러 나가지 못하셔서 옷 사는 일이 영 힘든 게 아니셨다. 큰아들인 나는 정신 차리고 어머니께 잘 해 드려야겠다는 마음을 품고 딜랴드몰과 콜스 옷매장에 모시고 가서 마음껏 고르시게 해 드렸다. 세 개의 옷을 구입하고 그 식당으로 향했다. 동생식구는 미리 와 있었고 약간 배 고픈 상태에서 식사를 시작했다.
작은 조카딸과 대니는 식사 중에도 스마트폰을 손에 쥐고 있어야 안정이 되는지 야단을 맞으면서도 그걸 손에서 놓질 않았다. 큰조카딸은 평소에 식사량이 매우 적었는데 입맛에 맞아서인지 평소보다 네 배는 먹는듯 했다. 쇠고기 불고기를 구워서 큰조카딸 접시에 몇 바탕을 올려 주었다. 식사 끝 무렵에 비빔밥이 좀 남아서 싸갈까 했는데 금지사항 이었다. 계산서를 본 동생이 놀란다. 팁 포함 340불 정도가 나온 것이다. 100불 정도가 모자라 어머니께서 보태셨다.
집에 돌아와 어머니께 200불을 드렸다. 옷 사실 때 어머니께서 지불하셨기 때문이다. 과식을 하셨는지 매실청을 마셨다고 하신다. 좀 괜찮아 지셨는데 나중에 다시 안 좋아 지셔서 잔탁을 드시고 지금 확인해 보니 괜찮다고 하신다. 나도 좀 과식을 했는데 집에 오자마자 동네 한바퀴를 돌았더니 좀 내려간 듯 했다. 그래도 매실청을 먹었다.
큰조카딸이 삼촌인 나에게 고맙다는 말을 건넨다. 식사 중 불고기를 몇 차례 주며 신경 써 줬기 때문일 것이다. 돈은 많이 들었지만 제인이가 흡족하게 많이 먹어서 돈이 아깝지가 않다. 동생이 낸 외식이지만 내 돈이 나간 듯 한 느낌이다. 가족이기 때문이다. 동생은 다음주면 새로운 직장이 있는 멤피스로 이사를 간다. 일단 동생만 갔다가 이제 곧 졸업할 제인이만 남기고 4월에 동생식구가 다 떠난다.
결국 이런 날이 올 줄 알았다. 삼대가 한 집에 산다는 것이 어렵다면 어려운데 그동안 며느리와 시어머니 그리고 모지란 아들들 사이에 화목한 날만 있었다면 거짓말이다. 소통과 갈등의 문제. 최근 어머니의 화병에 근접한 지경까지 이르게 된 점. 그 가운데에는 기도를 등한시 했던 큰아들의 책임도 크다. 이상하게도 큰아들이 기도생활을 등한시하면 가족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큰아들이 영적으로 건강하여 표정이 밝으면 온 가족이 서로 화목했다.
비싼 식당이라 본전 뽑으려던 욕심에 과식을 좀 했던 어머니와 나 그리고 동생, 제인이까지 이 밤 바깥엔 비가 부슬부슬 내리면서 우리의 속을 달래고 있다. 최근 어머니의 마음을 상하게 해 드린 못 난 자식들을 위해 그래도 기도하시는 어머니의 음성이 빗소리에 섞여 저쪽 안방에서 새어 나온다.
설날인 오늘, 떡국대신 불고기를 실컷 먹으며 하얀 떡국으로 마음을 정결하게 하는 대신 과식으로 속 보대꼈다. All You Can Eat $39.99 불고기는 앞으로 적당히 먹기로 하자. 우린 아직 가난했던 옛날의 습성을 아직 그대로 가지고 있다. 다음 세기까지 살아 갈 대니의 앞날이 밝기만을 바라보며 이 밤 잠자리에 든다.
2024. 2. 10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