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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오류 - 5: 어린 아들
웹소설: 오류
5. 어린 아들
큰아들 용진이가 여섯 살이 되던 해, 1월에 생일이 있어 또래보다 한 학년 일찍 초등학교에 입학한다. 유난히 키가 작은 용진이는 그래도 반에 두 명이나 더 작은 학생이 있어 번호가 3번이다. 너무 어리숙하여 조회시간 운동장으로 갈 때도 담임선생님 손을 꼭 붙잡고 간다.
“용진이가 너무 어려요. 어머니.”
“예, 그럼 한 해 늦출까요?”
“잘 생각해 보세요.”
경자는 아들이 다른 아이들 보다 좀 부족하다는 것에 대해 자존심이 상했다. 이웃 아줌마들에게 아들 얘기를 하자 아들은 학교에 일찍 들어가는 게 좋다고 한다.
“용진이 엄마, 커서 대학 재수 할 수도 있으니 좀 힘들어 보여도 그대로 다니게 놔 두세요.”
“예, 그럼 그럴까요?”
용진이는 수업중에 졸기도 하고 심지어 화장실로 가던 중 오줌을 참지 못하여 바지에 실례를 하기도 한다. 아닌게 아니라 교실에서 화장실까지는 어린 아이로서는 좀 먼 거리였다. 용진이는 울면서 선생님에게 달려갔고 선생님은 용진이에게 조퇴를 허락했다. 학교에서 집까지는 걸어서 30여분 거리였고 그 사이에 명동과 중앙시장을 통과해 건널목을 건너야 했다. 건널목을 건너는데 맞은 편에 낯 익은 야쿠르트 아줌마가 작은 수레를 밀며 유유히 지나간다. 평소에 인사를 강조하신 아버지 말씀이 생각이 나서 몸을 돌려 그 아줌마를 쫓아 가 “안녕 하세요?” 하며 인사를 한다. 그 야쿠르트 아줌마도 알아 차렸는지 눈인사를 하며 용진의 머리를 쓰다 듬는다. 아버지 말씀을 실천 했다는 뿌듯함을 안고 조양동 ㅂ씨동 기와집 뒷켠 단칸방 셋집으로 발걸음을 재촉한다.
평소보다 일찍 돌아온 큰아들을 본 어머니는 살짝 놀라며 학교에서 무슨 일 있었냐고 엉거주춤 서 있는 아들에게 묻는다.
“용진아! 왜 벌써 학교에서 돌아 왔니? 무슨 일 있었어?”
용진이는 잠시 망설이더니 학교에서 실수로 바지에 오줌을 쌌다고 자백한다. 어머니는 별 일 아님에 안심하고 아들을 씻기고 옷을 갈아 입힌다. 네 살 배기 동생 용준은 엄마 젖 만지고 잔다고 한참 떼를 쓰더니 얼마 전에 잠들어 코에서 씩씩 소리가 난다. 형의 머리카락은 얇고 반곱슬에 갈색빛깔이 강한 반면 동생 용준의 머리카락은 굵고 곱슬머리에 까만 빛깔이 강하다. 여전히 없는 살림에 아이들 먹을 반찬이 변변치 않아 자주 삼남매는 사발에 밥을 넣고 날계란 하나를 풀어 간장을 넣고 참기름 몇 방울을 떨구어 비벼 먹는다. 어린 나이였기에 가난이 무엇인지 몰랐고 원래 사람 사는 것은 다 이렇게 사는 것인줄로만 안다.
평소에 채소를 먹지 않는 용진이는 어느 날 변소에 가서 용변을 보는데 심한 변비로 대변이 나오다가 막혀 삼 십 여분을 그 자리에 꼼짝 못하고 앉아 있게 되었다. 다리는 저리고 결국 울음을 터 뜨린 용진이의 격한 소리에 방에서 놀고 있던 누나 정윤과 동생 용준이 변소로 달려 온다. 엄마는 마침 수요 저녁예배 드리러 교회에 가신 상황이라 누나가 교회로 급히 달려가 엄마를 찾으러 간다. 엄숙한 분위기의 예배당으로 들어간 정윤은 한참 두리번 거리더니 낯 익은 엄마의 뒷모습을 알아 본다.
“엄마, 집에 큰 일 났어요. 용진이가 변소에서 꼼짝도 못해요!”
“그게 무슨 소리니?! 정윤아! 그래, 집으로 가자!”
집에 돌아 온 경자는 변소에서 울고 있는 아들을 잠시 쳐다 보곤 손을 내민다.
“내가 일으켜 줄께. 용진아. 자.. 으쌰!”
그리곤 용진이의 두 손을 번쩍 들어 올리자 용진이는 다리를 펴지 못한채 구부린 상태로 들려 올려진다. 보다못한 경자는 약국에 가서 관장약을 구입해 온다. 그럼으로써 변소에서 한 시간이 넘는 공포의 시간은 끝이 나고 채소를 먹어야 겠다고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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